2010/08/05 14:15

고마운 편지 - 김규항 Letters from others

(며칠 전 받은 편지. 허락을 얻어 싣는다. 내 이야기가 한 사람의 삶에 개입할 수 있기에 늘 긴장하고 또 그만큼 고맙다.)


안녕하세요, 김규항선생님.^^
저는 고등학교 2학년 유수정이라고합니다.

선생님을 처음 알게된건 지난 한겨레 '인터뷰 특강' 기사를 읽으면서 였어요. 이번해에 인터뷰특강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되어, 공지영작가님 특강에 다녀왔어요. 사실 그 때는 선생님을 알지 못해서 특강 신청을 못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해요. 선생님 특강 기사를 읽으면서, 정말 많은 걸 느꼈어요.

"보수적인 부모는 당당한 얼굴로 아이를 경쟁에 내몰고, 진보적인 부모는 불편한 얼굴로 애를 떠밀 뿐이다." "보수적인 부모는 아이가 일류대 학생이 되길 원하고, 진보적인 부모는 아이가 ‘진보적인 일류대 학생’이 되길 바란다."

특히 위 구절을 읽고, 정말 우리 사회를 단 한줄로 정리해주셨구나 생각했어요. 그 뒤로 전 선생님 블로그와 '야 한국사회'에 연재하시는 선생님 글을 꾸준히 읽었어요. 얼마전엔 한 선생님의 추천으로 선생님 인터뷰집인,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를 읽었어요. 제가 수업이 끝나고 간간이 쉬는시간에 선생님 책을 읽고있었는데, 많은 선생님들이 관심을 보이셨어요. 한 분은 제가 읽고있던 것을 반강제로 빌려가시기도 했어요.^^; (다행이 그 땐, 두번째 읽고있던 때라 괜찮았어요..^^)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를 읽고 저는 한동안 '혼란'에 빠졌었어요.'내가 왜 대학에 가려고 하는가?'  '이렇게 사는게 맞는걸까?'하고 말이죠. 수업시간에도 연습장에,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지?' '왜 세상은 이모양일까?' 끄적거리며 혼자 생각에 잠기기 일쑤였어요. 저는 그 때 평소에 아주 당연해서,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생각한 것들에 모두 '왜'라는 물음표를 시작했어요.그리고 친구들에게도 물어봤어요. "넌 대학을 꼭 가야한다고 생각해?" "왜?" 그런데 몇몇 친구들은 저보고 너가 그런 책만 보니까 이상한 질문이나 하는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것이 이상한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당연히 깊이 생각해보고 고민했어야 하는 것들이, '일류대'를 외치는 세상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라고. 처음으로 제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저는 조금이나마 성장할 수 있었던것 같아요. 또 학생인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조금 알것도 같았어요. 저는 친구들도 이런 '물음'을 한번쯤 해봤으면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활동하는 독서토론 동아리 카페에 선생님 글을 자주 올리고 댓글로 같이 이야기 했어요.

친구들도, 선생님 글을 읽으며 '이런 글은 처음이다.'라고 했어요. 또 저번에 연재하신 '이제 됐어?'라는 글을 읽곤 충격을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친구들 모두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았어요. 또 선생님 팬층도 두터워졌구요. 히힛. 세상은 '서울대' '연세대' '고대'하면서 소수의 아이들 만이 누릴 수 있는 열매로 다수의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세상의 유혹에 눈먼 사람처럼 맹목적으로 따라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선생님을 알게된 뒤로, 세상이 원하는 어리석은 우등생이 되지말자 생각했어요. 소박하게 살지만 이웃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사람이 되자라고 다짐했어요.

또 하나 바람도 생겼어요. 천편일률적인 '똑똑한(?)' 아이로 만드려는 부모보다 자녀가 소박하지만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가 더 많아졌음 한다는 거요. 제 부모님 부터라도 말이죠...하하;; 그런 행복한 날을 꿈꿔요. 그래서 항상 선생님께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가  이런 고민을하고 생각을 하고 제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요.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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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앞 날에 고생길이 훤하다. 하지만 고된 만큼 행복하고 보람차길!

김규항 선생의 말이 논리적으로 맞기 때문에 정말 공부 잘 하고 또 잘 할 수 있는 학생도 일률적으로 대학을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길 바란다. 이건 김규항 선생도 누누히 말하는 조심해야 할 부분. 마찬가지로, 세상이 원하는 어리석은 우등생이 되지 않는 것이,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대학을 가지 않는 것과 등식은 아니다. 대학이 행복한 사람을 만드는 장소인가에 대한 대답은 각자의 몫이다. 학생은 그걸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레바퀴 아래서', '죽은 시인의 사회'는 학생들에게 언제나 좋은 반항의 이유를 제공한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참다운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은 별개다. 일반적으로 후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후자를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후자가 훨씬 더 어렵고 고된 작업이기 때문이다. 비로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걸 알아내고 그걸 끊임 없이 추구하는 사람이야말로 천재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천재가 될 수 있다.

덧글

  • 김훈 2010/08/06 13:13 # 삭제 답글

    모두가 천재가 될수없음도 아실텐데...ㅋㅋ....그길이 어렵고 고되게 보일수도있다는것을 부정할수없기에,,난 이렇게 말해주고 싶군요 ....강건하길!......학생!... 쉽게 상처받지말고 강건해야돼....강건하게 자기길을 가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길..
  • 김훈 2010/08/06 15:57 # 삭제

    p.s ...주류속에 휩슬려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그길이 진정 어렵고 고된길이 아닌지....
  • leben 2010/08/06 16:25 #

    모두 천재일 수는 없지만 천재가 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p.s...어렵고 고된 길을 자기가 원해서 가느냐 남이 원해서 가느냐의 차이가 있겠지요. 주류라고 부르는 흐름도 그들이 원하는 길이라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 유수정 2010/08/06 20:37 # 삭제 답글

    leben선생님, 김훈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김규항선생님께 위 편지를 썼던 유수정학생입니다.^^
    김규항선생님 블로그에 트랙백 걸어놓으신걸 보고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저도 leben선생님 말씀처럼, 김규항선생님 글을 처음 접했을 때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대학을 가지 않는 것'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지금 하는 것들이 다 부질없는 것인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는 동안 전 김규항선생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건 '세상엔 정말 멋진 어른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멋진 어른이 되어보자' 생각했습니다.
    전 열심히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학교 공부라면 '의지박약'인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공부'를 하고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공부'의 기본이 지금 제게 주어진거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물론 학교공부만이 아니라 제게 주어진 삶의 모든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규항 선생님 말씀처럼 '오늘'을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항상 김규항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있었습니다.
    또 한번도 뵌적없지만 leben, 김훈 선생님의 '응원'에 힘이납니다. ^^; '고된만큼 행복하고' '강건하게 제 길을 가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두 선생님들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
  • leben 2010/08/06 22:59 #

    누추한 집 방문 감사합니다. ^^
    유수정 학생은 충분한 사유를 거쳤다고 보여지며 그런 점에서 믿음이 갑니다.
    저도 이제 막 커가는 두 딸을 바라보며 김규항 선생의 교육관을 모범으로 삼고 있는, 그러나 감히 필적하지 못하는 평범한 아비입니다. 우리 딸들도 수정 양처럼, 스스로 고민하여 길을 발견하는 강건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 punky 2010/08/16 12:11 # 삭제 답글

    http://www.nodongnews.or.kr/News/view.aspx?totalid=8882&page=1

    한 고등학생의 졸업연설문입니다. 자본주의하에사 공교육에 대한 날선 비판이 참 새롭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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